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91347 판결
임대인인 원고는 임차인인 피고와 이 사건 장비를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장비를 인도하였고 이후 임대차가 종료하였는데, 원고는 피고가 반환할 이 사건 장비가 고장이 나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수리비 상당을 피고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구한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의 사용 중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장비에 고장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하였다는 점 또는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원고가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이는 원고가 고장이 난 이 사건 장비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여 일부 파기환송한 사안입니다.
2.
부당이득반환에 대한 판단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한 다음에도 임대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지만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 목적에 따라 사용ㆍ수익하지 않아 이익을 얻은 적이 없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이 종료한 다음에도 임대차 목적물인 이 사건 장비를 계속 점유하였지만 이 사건 장비의 고장으로 본래의 목적에 따라 이 사건 장비를 사용ㆍ수익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수리비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원고의 수리비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은 이를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인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해진 목적에 따라 이 사건 장비를 사용ㆍ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으로서 임대인인 원고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의 사용 중 과실로 이 사건 장비에 고장이 발생하였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가 이 사건 장비의 수리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가 종료하면 임대차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참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은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채무자가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증명한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참조).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임차인이 반환할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 임차인은 불이행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훼손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훼손이 임대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하자를 보수ㆍ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고, 임차인이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훼손으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임대인이 훼손된 임대차 목적물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참조).
(2)
원고의 수리비 청구는, 임대인인 원고와 임차인인 피고 사이에 임대차 목적물인 이 사건 장비에 관한 임대차가 종료하였는데, 피고가 반환할 이 사건 장비가 고장이나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피고는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원고가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이 사건 장비의 고장으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피고에게 물을 수 없다. 이는 원고가 고장이 난 이 사건 장비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원심은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인지 또는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원고가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인지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ㆍ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마치 임대인인 원고가 피고의 사용 중 과실로 이 사건 장비에 고장이 났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고, 원고가 고장이 난 이 사건 장비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것만으로 원고의 수리비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임차인이 반환할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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