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1일 월요일

[계약 분쟁] AV코덱이 내장된 PLC PHY/MAC 칩의 공동개발 계약의 해지로 발생한 손해배상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2. 6. 1. 선고 2011나94952 판결

1.    공동개발 계약 및 개발실패

ASIC은 특정용도에 맞추어 SOC를 제작하는 것으로, 새로운 응용분야가 발견되면 재빨리 개발하여 먼저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도 전력선을 통하여 AV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SOC를 제작, 화상전화, 가전제품간 통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A회사가 B회사와 함께 AV코덱이 내장된 PLC PHY/MAC 칩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A회사는 전자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B회사는 정보통신기술 개발 및 상품화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A회사는 2007. 6. 18. B회사와 AV코덱 내장형 24Mbps급 PLC(전력선통신) PHY/MAC 칩(이 사건 칩)의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아래와 같이 체결하였습니다.

3 (공동개발의 결과물)
1) 제품명 : AV코덱 내장형 PLC  (모델명 : XPLC23M)
제품내용
영상압축(MPEG4), 음성압축(G.711) 기능이 내장된 24Mbps PLC 
- MPW 제작에 의한 Prototype 

5 (공동개발 일정 및 기간)
1) 양사는 이 사건 칩의 공동개발을 위해 2007. 6. 18.부터 2008. 4. 20.까지 총 10개월 간 협력한다 
2) 본 개발 기간은 양상의 합의 하에 단축 및 연장할 수 있다.

7 (개발비용)
1) B회사는 이 사건 칩 개발에 필요한 제6 1)항 기반 칩셋 개발에 총 20억여 원을 투입한다.
2) A회사는 이 사건 칩 개발에 필요한 영상 압축 코덱 관련 IP를 라이센싱하기 위한 비용( 6억원 부가가치세 미포함)을 부담한다. B회사는 A회사의 비용 집행 전에 관련 업체와의 계약 내용을 제시한다.

10 (계약의 해지 및 해제다음 각 항의 경우에는 이 사건 협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다.
1) 당사자 중 일방이 이 사건 협약의 내용을 위반하였을 경우
4) B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칩 개발이 중지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협약이 해지된 경우에 B회사는 A회사가 지급한 IP라이센싱 비용을 해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5) 일방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이 사건 협약이 해지되는 경우 이로 인한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A회사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2007. 7. 27., 2008. 1. 4. 각 3억3천만원 등 합계 6억 6천만원을 B회사를 통하여 IP 라이센싱 회사에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B회사는 2008. 10.경 1차 결과물을 완성하였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2010. 7.경 2차 결과물을 완성하였으나 2차 결과물 역시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기술수준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A회사는 B회사에 향후 계획 및 대책과 아울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였으나, B회사는 2010. 9. 2. A회사에게 2011. 1. 30.까지 칩 검증을 완료하겠다는 답변만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A회사는 2010. 9. 7. B회사에 손해배상이 없는 답변은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2010. 9. 16.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습니다. 그 뒤 B회사는 이 사건 고등법원의 변론종기까지도 이 사건 칩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2. 서울고등법원 판결

가. 이 사건 협약의 해지와 손해배상

법원은 먼저
i) A회사는 이 사건 칩의 개발을 위하여 그 의무인 AV관련 기술적 요구사항의 전달, 영상 압축 코덱 관련 IP 라이센싱을 위한 비용 6억6천만원의 지급 등을 모두 이행하였던 점,
ii) B회사는 이 사건 협약 체결일로부터 약 10개월 후로 예정된 개발 만료일인 2008. 4. 20.까지 이 사건 칩을 개발하지 못한 점,
iii) B회사는 당초 예정된 개발 만료일로부터 약 2년 5개월 후인 A회사의 이 사건 협약 해지 통지일까지도 이 사건 칩 개발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고 이 사건 변론종기까지도 이 사건 칩을 개발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B회사가 이 사건 칩을 개발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A회사가 2010. 9. 16. 위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협약 제10조 제1항에 따라 B회사에 대하여 한 해지 통지에 의하여 이 사건 협약은 그 무렵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B회사는 2010. 9. 16.경 칩 개발에 객관적으로 실패하였으므로, 결국 B회사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칩 개발이 중지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협약이 해지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 B회사는 A회사에게 이 사건 협약에 따라 2010. 9. 16. 부터 30일 이내에 B회사에게 지급한 IP 라이센싱 비용 6억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지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채권자는 그 계약의 이행을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구할 수 있고, 그 지출 비용 중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배상을 구할 수 있으며, 이를 초과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있으나 그 범위는 이행이익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입니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15501 판결 등).

법원은 A회사가 이 사건 협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IP 라이센싱 비용 6억원은 통상손해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A회사가 개발실패로 인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업상 손해는 특별손해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A사가 예측한 비디오폰 소비시장의 반응 및 총매출액의 정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A회사가 비디오폰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영업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주장은 배척하였습니다.

다. 계약해지 통지 후 사정에 따른 계약의 부활 여부

계약이 해제된 후에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그 계약목적물을 받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해제된 계약을 부활시키는 약정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후 당사자가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아니하였음을 전제로 한 언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해제된 매매계약을 부활시키기로 하는 새로운 합의로 인정되지 않는 한 그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여기에도 비슷한 쟁점이 있습니다. A회사의 직원이 위 해지 통지일인 2010. 9. 16. 이후에도 B회사와 이메일을 교환하며 이 사건 칩 개발을 협의하였으며, 이 직원은 2011. 1.경 3차 결과물 시연에 참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회사가 당초 예정된 개발 만료일로부터 약 2년 5개월이 지나도록 이 사건 칩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여 A회사가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 점, B회사는 현재까지도 이 사건 칩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점 등과 함께 A회사가 2010. 11. 26.경 B회사에게 위 이메일 교환이나 협의 등은 A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통지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미 해지된 이 사건 협약을 부활시키기 위한 A회사의 확정적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시사점

공동연구개발에 관한 계약을 맺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던 중에 문제가 발생하여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는 경우 손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손해배상의 범위가 문제됩니다. 통상손해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나, 특별손해는 상대방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손해라는 엄격한 기준에 부합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 사안과 같이 공동연구개발이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된 경우, 계약의 이행을 믿고 투자한 IP 라이센싱 비용은 통상손해인 반면, 제품개발에 실패하여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제품을 판매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는 특별손해에 해당합니다. 사안에서 법원은 통상손해는 인정했지만 특별손해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통상손해를 넘어 특별손해까지 책임을 지우기 위해 단계(milestone)별로 제품개발 지연시 일정한 금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손해배상 예정 규정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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