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4구합50552 판결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은 소유자의 사망과 동시에 상속되고, 상속재산으로서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지식재산권은 그 가치를 확정하기 어렵고,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상속세와 관련된 어려운 문제가 많습니다. 그동안 국세청에서 지식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속세를 부과한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저명한 상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그 상속인에게 고액의 상속세를 부과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에 상속인들이 국세청의 상속세액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표권 상속에 따른 상속세 부과에 관한 법원판결이 나왔습니다.
1. 대상 상표 및 사건 개요와 판결
2010년 타계한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의 자녀들에게 고인의 상표권이 상속되고, 이에 대해 총 7억원 대의 상속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상속인들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상속세액이 과도하다고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4. 11. 20. 선고 2014구합50552 판결).
상속인들은 2010년 7월 고인이 세운 비상장법인 ‘앙드레김디자인아뜨리에’의 일부지분을 취득하였고, 고인은 위 법인에 자신이 운영하던 ‘앙드레김 의상실’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넘기면서 의상실 영업권 가격을 10억5300만여원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의상실 매출에서 한 축을 이루던 “앙드레 김” 상표권에 대한 가격은 별도로 매기지 않았습니다. 그 후 같은 해 8월 고인이 사망하고, 국제청은 ”고인이 46억 3000만 여원에 달하는 앙드레김 상표권을 위 법인에 사전 증여 방식으로 무상 양도했다.”며 7억5000만 여원의 세금을 추가 부과했고, 이에 원고들이 불복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상표권도 별개의 증여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현재 상속인들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재판부는 “2007-2009년 의상실 수입 중 무려 92.2%가 앙드레김 상표권을 다른 제조업체에 대여해 받은 것”이라며 “상표권을 앙드레김 의상실 영업권과는 별개의 독립된 재산권으로 보고 상속세 등을 부과한 것을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디자이너가 사망했다고 해서 상표권 가치가 곧바로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상표권 사용료는 최근 3년간 수입금액 합계액을 평균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 상표권의 가치
상표권은 무형의 자산으로서 이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그 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과세를 위한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해당 상표를 제3자에게 라이센스를 허여 해주면서 받은 로열티가 있어서 이를 기준으로 과세한 것이지만{최근 3년간 받은 수입금액(로열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겼습니다.}, 그렇지 않는 경우라면 객관적 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감정평가사가 하는 상표권의 평가방법을 통하여 상표의 가치를 판단할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무형의 자산에 대한 평가의 경우가 많지 않아 이 역시 확립된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1) 상표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는 경우 그러한 로열티 가격이 시장 가치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법,
2) 실사용 상표 경우는 income 접근방법(상표권이 미래에 얻을 수 있다고 추정되는 현금흐름을 과거의 수익을 할인률로 차감한 후에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법) 으로 판단하는 방법,
3) 미사용 상표인 경우는 a) market 접근방법(동종업계의 거래실적을 참고하여 유사한 선례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방법), b) cost 접근방법 (상표권을 구축하는데 들인 비용을 기초로 평가하는 방법) 정도가 상표권의 가치평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3. 시사점
상표권이 중요한 재산적 가치를 갖는다는 점은 이제 일반 상식이 되었습니다. 납세 의무자로서는 과세에 대비하여 상표가치 평가 및 납세액에 신경을 써야 하고, 신고세액을 과소평가하여 신고함으로써 추후 과태료나 형사처벌 등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혹시 있을 수 있는 과세당국과 지재권 가치평가에 관한 다툼에 대비하여 관련 증거들을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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