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2. 6. 선고 2011가합45458 판결
1.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
법원은 B회사 및 C 내지 F들이 A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B회사의 이 사건 장비에 85개 파일이 저장되어 있으므로, 일응 이 저장 파일들이 이 사건 장비의 운용 과정에서 사용된 파일로 추정된다고 보았습니다. B회사의 이 사건 장비의 제작 판매 등이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로 발생한 A회사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1)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에 따른 주장
지재권 분야 법률에는 손해액 산정에 관하여, (1) 권리자의 일실이익, (2) 침해자의 이익, (3) 로열티 중 어느 것이라도 권리자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 3가지 산정방법 중에서 제1항에 따라 일실이익으로 산정하면 가장 큰 금액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리자로서는 제1항에 따른 손해액 입증에 노력해야 할 것이고, 법원도 가능하면 제1항에 따른 손해액 판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 A회사는 제1항에 따라 손해액을 주장하였습니다. 즉, B회사의 양도수량에 A회사의 단위수량(즉, 대당) 이익액을 곱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습니다. 먼저 2009년경부터 B회사가 판매한 장비는 레이저 드릴링 장비 (36대), 레이저 마킹 장비 (7대), 레이저 디캡 장비 (1대)입니다. 그리고 A회사는 각 연도별 장비의 한계이익액 확인서 및 엑셀 파일과 공인회계사의 확인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회사 제출 이익률이 최대 65.1%로 이례적으로 높은 점, 공인회계사의 확인서는 A회사 제공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어 A회사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써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하여 물건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산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보아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에 따른 손해액 산정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리적으로 재판부가 손해액 산정을 제1항으로 해달라는 당사자 주장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원고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그 배경을 짐작하자면, 단위수량당 이익액 자료의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실제 지재권 침해소송에서 권리자의 일실이익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한 판결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 많은 비판이 있지만 법원은 여전히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른 손해액의 산정
본 조항에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재권 침해소송에서 실무적으로 자주 활용되는 조항입니다.
법원은 i) A회사의 레이저 장비의 매출액, 판매대수, 한계이익액 및 이익률이 위와 같은 점(1항에 따른 산정에서는 이익자료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고 보았으나 5항의 증가조사 결과로 참작하였음), ii) A회사 주장 이익률이 이례적으로 높으나, B회사에서 자신들의 이익률을 별도로 밝혀 A회사의 자료를 탄핵하지 않은 점, iii) TMV 기술이 구현된 장비는 A회사, B회사, H회사 등 3개사에 불과하여 일반 제조 장비에 비하여 이익률이 매우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이는 점, iv) A회사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2009년부터 6.71%, 12.23%, 9.68%, 10.72%인 점, v) 2010년 A회사 매출액은 약 1709억원이나 B회사는 약 318억으로 A회사가 생산할 수 있었던 물량은 B회사가 판매한 수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점, vi) B회사의 제출자료만으로 B회사의 침해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A회사가 삼성전자에 이 사건 장비류를 납품할 수 없었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B회사가 제출한 평가결과나 삼성전자의 사후적 확인서만으로 부정하였음), vii) 이 사건 장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으나, 매우 정교하고 정확하게 동작하는 장비이므로 하드웨어 자체보다는 그 작동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및 이에 화체된 기술력이 훨씬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점, viii) dl 사건 프로그램 파일은 전체 파일들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기능하는 것이므로 B회사에서 이들 각 파일을 변형하거나 화체된 기술정보를 활용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8가지 사항을 고려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레이저 드릴링 장비는 한계이익률 25%, 다른 장비는 한계이익률 30%를 적용하였고, 이 사건 프로그램 파일들 등 A회사 영업비밀의 기여도를 80%로 높게 보았습니다.
A회사의 손해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레이저 드릴링 장비는 단위당 한계이익은 126,222,311원(= 총매출액 10,097,784,900원 x 한계이익률 25% / 판매대수 20대, 이하 원이하 절사)이고 여기에 B회사의 판매 대수 36대를 곱하면 손해액은 4,544,003,196원입니다. 다음으로 레이저 마킹 장비의 경우는 단위당 한계이익은 74,593,644원(= 총매출액 7,210,718,945원 x 한계이익률 30% / 판매대수 29대)이고 여기에 B회사의 판매대수 7대를 곱하면 손해액은 522,155,508원입니다. 마지막으로 레이저 디캡 장비의 경우, 단위당 한계이익은 82,392,900원(= 총매출액 549,286,000원 x 한계이익률 30% / 판매대수 2대)이고 여기에 B회사의 판매대수 1대를 곱하면 손해액은 82,392,900원이 됩니다. 법원은 이를 모두 합한 손해액 5,148,551,604원에 이 사건 영업비밀의 기여도 80%를 곱하여 A회사의 손해액은 4,118,841,283원으로 결정하였습니다.
2. 시사점
손해액의 산정과정을 보면 법원은 A회사가 제출한 한계이익 자료를 믿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의 증거조사 결과로는 인정하여 손해액 산정에 참고하였습니다. 손해액의 산정결과도 A회사가 주장한 손해액의 50%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였습니다. 피해 회사는 법원이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가능한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익 산정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침해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침해자가 얻은 이익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이 판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시하고 있는바, 침해 회사의 이익자료를 검토하여 제14조의2 제2항(침해자의 이익액 상당을 피해자의 손해액으로 봄)으로 산정한 결과와 피해 회사의 주장(제14조의2 제1항)을 비교하여 손해액을 줄일 수 있다면 탄핵 자료로써 침해자의 이익자료의 제출을 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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