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5일 수요일

[회사법무 공동개발 계약 분쟁] 최초에는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나 2차 납품 시에는 수의계약을 거부한 상대방에게 수의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기각한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6815 손해배상 판결

1. 협력연구개발의 성과

A사는 원자력기기 및 부품의 개발, 생산, 판매 등을 위하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연구원들이 주축이 되어 1998. 9. 25. 설립된 법인이고, B사는 전력자원의 개발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으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따라 중소기업지원센터라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여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A사와 B사는 2006. 11. 30. 아레바(AREVA) 등으로부터 수입하던 피동형 수소재결합기(PAR) 국산화를 위한 협력연구개발사업 협약을 아래와 같이 체결하였습니다.

1) 협약기간: 2006. 11. 30.부터 2008. 11. 29.까지(24개월)
2) 연구개발비 : B 300,000,000, A 107,668,000
3) 제품 목표단가: 소형은 33,500,000, 중형 50,000,000, 대형 77,000,000
4) 연구최종평가보고: A사는 연구개발 종료 후 1개월 이내 최종보고서와
요약서를 B사에게 제출
5) 지적재산권 귀속: 연구개발사업의 수행결과 발생된 지적재산권은 연구개발비
부담비율에 따라 A사와 B사가 지분으로 공동소유

이후 A사는 2008. 11.경 개발을 마무리하였고 B사는 2008. 11. 24. A사에게 평가결과를 아주 우수로 통보하였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A사를 B사의 우수협력기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A사는 2009. 1. 29. B사에게 개발선정품 지정신청을 하였고, B사는 2009. 7. 17. A사에게 2008. 7. 16.부터 2012. 7. 15.까지를 기한으로 개발선정품 지정통지를 하였습니다. B사의 자체 사규와 기획재정부 장관 고시 등에 따라 개발선정품 지정예정 공고를 하였고 위 공고의 기타사항에는 당사는 상기품목이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될 경우 3년 이내의 기간에 수의계약에 의해 구매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2.  최초 공급계약 체결과 2차 공급 협상

개발선정품 지정 후 A사는 2010. 7.경부터 2011. 10.경까지 B사와 총 6건의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로 인한 A사의 매출액은 11,475,268,400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하여도 수소재결합기를 설치한다는 개선안이 제시되었고 B사는 가동중인 원전 18기에 대하여도 수소재결합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B사는 2011. 9. 23. A사에게 견적서 제출을 요청하였고 A사는 2011. 9. 30. 1차 견적서를 제출하였습니다(견적금액 47,972,734,000). B사는 외국사로부터도 견적을 받은 후에 A사에게 외국사 제시 가격 이하를 제시할 것을 주문하였고, A사는 2011. 10. 14. 2차로 견적금액을 37,813,873,000원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1차 견적에서 시공비용만을 낮춘 금액입니다.

3. A사의 생산시설 증설 투자 및 B사의 경쟁입찰 진행

가격 협상 중에 A사는 생산시설을 증설하기 위하여 2011. 10. 27. 대전 유성구 소재 공장을 2,975,000,000원에 매수하였고, 2011. 12. 29. 공장증축을 위한 도급계약(공사대금 1,715,450,000)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160,000,000원을 지급하였습니다. B사의 업부담당자가 2011. 12. 15. A사에게 수소재결합기 최소생산기간을 포함한 생산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A사는 이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B사는 2012. 1. 4. 원전 3기에 대하여 2012. 2. 1. 나머지 15기에 대하여 입찰공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A사와 소외 세라컴이 참가하여 2012. 1. 27. 세라컴이 낙찰받았고, 세라컴은 2012. 1. 26. 보조기기 유자격 공급업체로 등록하였습니다.

A사는 수수재결합기 개발에 성공하여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된 경우에 지정기간 3년 동안 하자발생 등 피고가 공시한 예외사유가 없는 이상 피고는 수의계약으로 원고의 위 제품을 구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였음에도 B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수의계약을 거부하고 경쟁입찰을 통하여 부적격업체인 세라컴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계약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판매이익 상당액인 6,909,622,838원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습니다.

4. 법원의 판단

. B사의 우선구매 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또는 A사와 B사 사이에 A사 생산 수소재결합기 구매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는지 여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B사가 개발선정품 지정기간 동안 A사가 개발한 수소재결합기를 우선 구매할 것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나, 그에 관한 A사의 지위가 확정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B사가 수의계약을 통하여 이를 구매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거나 A사와 B사 사이에 수소재결합기 대형 202, 중형 155, 소형 50, 검사장비 8대 구매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1) 이 사건 협약서에는 A사가 제시한 연구개발 목표단가가 B사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AREVA로부터 공급받은 가액의 약 67%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A사가 연구개발에 성공하는 경우 B사가 이를 구매하겠다는 의사가 당연히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2) B사가 A사에게 한 개발선정품 지정통보에 독점 공급의무 및 수의계약 구매의무를 발생시키는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인정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A사는 지정기간 내 6개월 마다 판매실적을 B사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A사가 제3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3) 협력연구개발사업과 개발선정품 지정과 관련한 기획재정부령과 B사의 사규 등에 비추어 볼 때,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되면 B사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이를 우선 구매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에 따라 보호받는 A사의 지위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급계약의 교섭에 임할 의무 이상을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4) A사의 제출 증거만으로는 B사가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된 제품을 거의 예외 없이 수의계약으로 우선구매하여 온 거래 관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B사의 지정업무 편람에는 구매부서는 개발업체가 개발선정품 지정 신청시 제시한 가격과 구매계약시 제시한 가격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경우 개발선정품 지정에 관한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고, 동일한 물품에 대한 개발선정품 업체가 기본적으로 1개 업체에 한하지만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다수의 업체를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6) 이 사건 협약에 따라 B사는 연구개발비의 73.6%를 지원하였고, 이에 따라 발생한 지적재산권은 공동소유하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7)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3항에 따른 공기업 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과 B사의 계약규정시행세칙에는 개발선정품을 3년 이내 기간에 그 생산자로부터 제조구매하는 겨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경쟁입찰 원칙에 대한 예외로써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는 재량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기타 사항

설령 우선구매의무가 있다거나 수량과 가격을 확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B사가 A사로부터 구매해야 할 수소재결합기의 수량과 가격이 확정되어 있지 않고 이를 확정할 방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A사의 제출 증거만으로 B사의 우선구매의무 위반을 이유로 주장과 같은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결론과 관련된 법원의 코멘트

법원은 B사가 개발선정품 지정기간인 3년 동안 A사로부터 우선 구매할 의무가 있다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B사의 3년간 우선구매가 시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고 원고와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타진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A사가 B사에게 수의계약체결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이행이익 배상을 청구하는 이상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5. 사안의 정리

계약의 성립을 위해서는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의사합치가 있어야 합니다만, 법원의 판단은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내용인 가격 및 수량에 대한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행이익을 청구한 A사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을 되새겨 보면 B사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매매협상을 진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으므로, 계약체결을 전제로 한 이행이익의 배상은 거부되었다고 하더라도 신의성실하게 협상할 의무를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에 손해범위는 신뢰이익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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