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2. 4. 선고 2013가합12537 사건
1. 치과진단용 디지털 X-Ray 장비와 영상처리 기술
디지털 X-Ray 장비는 과거에 필름에 영상을 맺히도록 한 것을 디지털 센서에 영상을 맺히도록 하고 센서의 출력 데이터를 읽어 들여 최종 영상을 완성하는 장비입니다. 치아의 X-Ray 사진을 찍는 방법은 기존 필름형과 같이 한쪽에서만 찍는 세팔로 촬영과 머리 주위를 360도 회전하면서 치아를 찍는 파노라마 촬영이 있습니다. 파노라마 방식은 디지털 센서를 이용할 때만 가능하며, 회전하면서 계속 찍은 데이터를 PC등의 처리장치에 보내야 하므로 매 촬영마다 일정한 데이터량 이하로 제한하면서, 실시간으로 또는 사후에 저장된 각 촬영 영상데이터를 이용하여 원하는 치아 위치에 초점이 맞는 영상을 만들기위한 이미지 프로세싱 등이 필요합니다. 촬영 데이터량이 많을수록 데이터를 처리하여 초점 깊이를 조절하면서 원하는 초점 깊이의 영상을 정확하게 뽑아 낼 수 있으나, 원하는 초점 깊이를 만족하지 못하면 새로 촬영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센서와 영상처리 장치간의 연결선 또는 저장장치의 대역폭의 제한으로 인하여 촬영 데이터량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함을 막고 정확한 파노라마 영상을 얻기 위하여, 디지털 센서 방식의 치과용 디지털 X-Ray 장비를 위한 기술을 개발함에 있어서 촬영 데이터량을 적정한 범위에서 조절하면서 원하는 초점 깊이의 파노라마 영상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방법에 대하여 많은 특허 등이 출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분쟁이 있었던 우리나라의 바텍과 핀란드의 요 아야트가 디지털 센서와 관련 치과용 디지털 X-Ray 장비에 대한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있고, 아래 분쟁 사건의 당사자들과 기타 회사들도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A사와 B사의 분쟁은 A사가 치과용 디지털 X-Ray 장비를 B사에게 위탁생산하여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보이는 B사가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 발생한 분쟁입니다. 이 과정에서 휴대용 장비와 파노라마 촬영 장비에 대하여 다툼이 발생한 것입니다.
2. A사와 B사의 협력관계
A사는 2003. 9. 23. B사와, A사가 B사에게 엑스레이를 이용한 휴대용 치과 진단 장비인 유선 PDX(Portable Dental X-ray) 제품의 개발비
18,000,000원을 지급하고, B사는 위 제품을 제조하여 A사에게 독점적으로 공급하기로 하는 1차 협력계약을 체결하였고, A사와 B사는 계약을 모두 이행하였습니다.
A사는 2004. 8. 3. B사와, B사에게 개발비 200,000,000원을 지급하고 B사는 A사의 요구에 따른 사양을 갖추고 필름과 디지털 센서를 사용할
수 있는 치과 진단용 파노라마 엑스레이 시스템을 개발하여 A사에게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2차 협력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2차 협력계약 제4조 제7호에서는 신모델의 정의를 ‘파노라마
형태 또는 기술적 사양의 변경 등’으로 규정하고 ‘B사의
새로운 모델 개발은 A사의 동의 아래에서만 진행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B사는 A사에게 개발비 전액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협력계약의 결과로 B사는 개발비 200,000,000원을 지급받았고, 2005. 10.부터 2007. 6.까지 A사에 치아의 영상을 필름에 맺히게 하는 엑스레이 제품인 GDP-900 19대, 디지털 센서를 사용하는 엑스레이 제품인 GDP-3000 56대를 A사에 공급하였습니다.
이어 A사는 2004. 12.경 B사와, B사에게 개발비
100,000,000원을 지급하고 B사는 A사에
치과 진단용 휴대용 무선 엑스레이 진단장비(PORT-X II)를 개발하여 독점적으로 공급하기로 하는 3차 협력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서 제4조 제8호에서 신모델의 정의를 ‘형태
또는 기술적 사양의 변경 등’으로 규정하고, ‘B사가 새로운
모델 개발시, A사의 협의 하에 진행하여야 하며, 이에 따른
제반 절차 및 개발비용 등은 추후 협의하여 결정하고, A사와 B사는
위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기로 한다’는 규정을 포함하였습니다.
B사는 개발비를 지급받고 위 제품을 공급하였습니다.
A사는 이외에도 각 협력계약에 따라 장비의 운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GDP-3000 용 OY AJAT사의 센서를 매입하여 B사에 공급하였고, A사와 관계인은
B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여 B사 주식의 약 16%를
취득하였습니다.
3. B사와 C사 등과의 거래 및 A사와의 분쟁 발생
B사는 2007. 6.경부터
치과 진단용 파노라마 엑스레이 시스템인 GDP-1을 개발하여 판매하였고 C사에 치과 진단용 휴대용 엑스레이 진단장비인 EASYRAY라는 제품을
공급하였습니다. 한편 B사는 A사가 2007. 9. 20.경 주문한 GDP-3000의 물품대금을 주지
않아 해당 공급계약은 해제되었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이 확정되었습니다.
4. A사의 재판상 주장
i) GDP-1은 실제로 GDP-3000과 동일한 제품 또는 2차 협력계약상 신모델에 해당하여, B사가 GDP-1을 독자적으로 판매한 것은 2차 협력계약에 반하므로 B사는 A사에게 그 개발비 200,000,000원을 반환하여야 한다.
ii) A사는 AJAT사로부터 GDP-3000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센서를 2차 협력계약에 따라 미리
구입하였는데, B사가 2차 협력사업을 위반하여 위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으므로 위 센서의 구입비 상당인 431,000,000원을 손해로 배상하여야 한다.
iii) B사가 GDP-3000의
설계를 잘못하여 A사에게 공급한 GDP-3000의 케이블이
끊어지는 등으로 하자가 발생하였으므로 그 수리비 37,800,000원을 손해로 배상하여야 한다
iv) B사가 C사에 공급한 EASYRAY는 PORT-X II와 동일한 제품이어서 3차 협력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B사는 A사에게 개발비 100,000,000원을 반환하여야 한다.
5. 법원의 판단
가. 2차 협력계약의 개발비 반환 청구
i) GDP-3000은 촬상 영상을 컴퓨터에서 보는 운영소프트웨어를 A사가 개발한 Digi-X를 사용하고 센서는 AJAT 제조 부품을 사용하는 반면, GDP-1은 B사가 개발한 Triana를 운영소프트웨어로 사용하고 i3사와 공동개발한 센서를 사용합니다. 또한 두 제품은 환자가 서는 위치, 제품의 상하운동의 원리 등이 다르고 GDP-3000은 디지털 센서를 사용하는 파노라마 촬영만이 가능하지만, GDP-1은 디지털 센서를 사용한 파노라마 촬영과 세팔로 촬영도 가능합니다.
ii) 파노라마 엑스레이 시스템에는 일반적으로 머리 전체의 평면 영상을
얻기 위하여 고정되어 촬영하는 구조인 세팔로 촬영 장치를 추가로 부착할 수 있고, 2차 협력계약에서도
시스템 사양과 관련하여 세팔로 촬영도 가능하도록 기재되어 있어 GDP-1이 이례적인 형태가 아니라고
보입니다. 즉,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파노라마 촬영의 기술이
세팔로 촬영에 비하여 어렵기 때문에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한 장비에서 세팔로 촬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iii) GDP-3000 개발 당시에는 세팔로 촬영을 위한 디지털 센서가 개발되지 않았고 필름을 이용한 세팔로 촬영은 가능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면, GDP-1은 GDP-3000과 별개의 제품이기는 하나 그 형태는 기본적으로 파노라마 형태이고 GDP-3000에서의 필름 세팔로 촬영을 기술적으로 상향시켜 디지털 방식으로 그 영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2차 협력계약에서 정의한 ‘신모델’에 해당한다고 보아, B사는 2차 협력계약에 따라 개발비 200,0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위 규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과다하다고 인정하여 70%인 140,000,000원으로 감액하였습니다.
나. AJAT 센서 대금 상당 손해배상 청구
A사가 2007. 9. 20 B사에게 GDP-3000 30대를 12. 20.까지 공급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주문일에 10대분의 선금 26,000,000원을 지급한 후에 B사가 나머지 20대 분의 선금을 요구하였으나, A사는 나머지 선금을 주지 않았고 이 3년이 훨씬 지난 시점까지 계약은 사실상 방치되었습니다. 따라서 B사에게 위 30대 미공급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B사가 A사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B사의 잘못으로 GDP-3000을 공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A사가 구입한 센서가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보아, 법원은 A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끊어진 센서 수리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i) 2차 협력계약에서 A사가 센서를 공급하되 나머지 시스템의 설계 및 제작은 B사의 의무인 사실, ii) 2차 협력계약 당시 제품 한 대당 9,000,000원에 공급하기로 하였다가 센서를 Shick사로부터 AJAT사로 변경함에 따라 설계변경으로 제품가격을 대당 10,900,000원, 11,030,000원, 13,460,000원으로 순차적으로 인상한 사실, iii) B사가 2005. 10.경부터 2007. 6.경까지 공급한 GDP-3000 56대의 대부분인 54대에서 케이블이 꺾이거나 끊어졌는데 모두 동일하게 GDP-3000이 파노라마 촬영을 하는 동안 센서의 회전으로 꼬였다가 풀리는 부위의 케이블이 끊어지거나 꺾이는 현상이 나타난 사실 등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볼 때에 법원은 B사의 설계나 제조과정상의 문제로 위 GDP-3000 54대의 케이블에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A사가 지급한 수리비 37,800,000원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라. 3차 협력계약의 개발비 반환 청구
3차 협력계약의 PORT-X II와 B사가 C사에 공급한 EASYRAY 모두 휴대용 엑스레이 진단장비이고 무선배터리를 사용하나, PORT-X II는 가로가 더 길고 덮개가 플라스틱 재질의 사출성형물이고 EASYRAY는 세로가 더 길고 덮개가 황동 재질 판금 용접물로 차이가 있고, EASYRAY는 무선배터리, 일반전원 연결 배터리도 사용할 수 있어 전기회로도, 전자부품이 다르게 설계되고, 무선배터리의 용량도 차이가 나므로 동일한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EASYRAY가 3차 협력계약에서 정의한 신모델에는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계약에는 개발비 반환 또는 신모델 개발금지 약정이 없었다고 보이므로 A사의 이 부분 주장은 기각하였습니다.
6. 시사점
사안은 A사와 B사는 2003. 9. 23.부터 B사가 제품을 생산하고 A사가 제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B사가 2006. 7.경부터 GDP-1과 EASYRAY라는 제품을 생산하여 독자적으로 판매하면서 깨어졌습니다.
사안에서는 협력과정에서 상호 간에 어떠한 영업비밀 등이 넘어 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B사가 OEM 생산을 하는 형식으로 보이므로 분쟁의 양상은 계약 위반 여부에 중심이 있었습니다. 다만, A사의 운영소프트웨어 기술을 B사가 이용한 것 등과 같은 추가 분쟁 사실이 있다면 영업비밀 분쟁으로도 이전하였을 것입니다.
2차 협력계약과 3차 협력계약의
차이점으로 인하여 개발비 반환 청구의 결과가 상반되었습니다. 2차 협력계약에서는 새로운 모델의 개발은 A사의 동의 하에서만 진행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개발비 전액을 반환하기로 규정하였습니다만, 3차 협력계약에는 이러한 손해배상의 예정 규정이 없었습니다. OEM 생산
공급 계약에서는 기술을 축적하게 된 OEM 생산사가 임의로 다른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보이므로 적절한 손해배상의 예정 규정을 포함하지 않으면 이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 받기는 힘들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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