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나1463 판결
마. 공서양속의 위반
여부(민사소송법 217조 1항 3호의 요건에
관하여)
(앞 글에서 계속)
(3)
미국판결의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과 그에 따라 산정한 손해배상액을 인정하는 것이 공서양속에 위반되는지
(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미국 제1심법원은 감정인 Ugone, Rinke가 작성한 보고서(갑13, 14)와 감정인들의 법정진술에 기초하여 원고의 일실이익을 산정하였다.
② 감정인들은 공통적으로 이른바 특허침해로 인한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 손해와 특허침해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미국기준인 Panduit 기준{특허제품에 대한 현존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특허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수용가능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아니하며, 특허권자에게 침해자의 판매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 일실판매수익(lost sales revenue)에서 증분비용(incremental costs)을 공제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하되, 복수의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을 고려한다}을 적용하였고, 피고 제품 판매량 중 특허침해가 없었다면 원고에게 귀속되었을 판매량에 관한 일실이익을 먼저 산정하고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았을 판매량에 관해서는 합리적인 실시료를 계산하여 일실이익과 합리적 실시료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③ Ugone은 피고의 특허침해가 없었다면 피고의 판매량 7,748대 중 약 95%인 7,342대를 원고가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원고의 매출감소로 인한 총 일실이익은 미화 16,019,792달러(7,342대 × 원고가 판매할 수 있었던 모델의 평균 판매가)가 되고, 원고의 영업이익률이 41.8%에서 60.9%에 이른다고 보아 원고의 제품판매가 감소하여 그로 인한 일실이익을 미화 8,558,640달러로 산정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피고의 판매량 중 나머지(약 5%)에 해당하는 406대의 원고의 제품을 판매할 수는 없었을 것이나 원고 특허의 사용을 이유로 실시료를 받았을 것이고, 합리적 실시료는 대당 미화 650달러에서 미화 925달러 사이로 산정되므로 합리적 실시료를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액은 미화 263,900달러에서 미화 375,550달러 사이가 된다고 산정하였다. 그 외에 제품의 평균 내구연한(6년) 이내의 보수, 교환·대체부품 판매 등으로 인한 부수적 매출액을 산정한 후 여기에 영업이익률을 적용하여 부수적 매출에 관한 일실이익을 미화 6,641,514달러로 산정하였다.
④ 반면 Rinke는 만일 피고의 특허침해가 없었다 하더라도 대체재의 존재로 인하여 피고의 판매량 중 10%만이 원고에게 귀속되었을 것임을 전제로 하여, 특허제품의 판매가 감소됨으로써 원고가 상실한 일실이익을 미화 1,462,599달러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나머지 90%의 판매량에 대한 합리적인 실시료를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미화 1,436,100달러로 각각 산정하였다.
⑤ 미국 배심원 평결은 Ugone의 감정결과에 기초하여 원고의 일실이익을 산정하였고, 미국 제1심법원은 배심원 평결 중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관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여 미국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으며, 미국 제2심판결은 미국 제1심 판결 중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관한 부분을 유지하였다.
⑥ 전시장가치법이란 특허를 받은 부분의 특성이 다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의 수요를 견인하는 경우, 즉 특허를 받은 부분의 특성이 소비자의 수요의 기초를 구성하는 경우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닌 제품 전체의 가치에 근거한 손해의 회복을 허용하는 미국의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인데, 미국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12. 8. 30. 판결(Laserdynamics,
Inc. v. Quanta Computer, Inc. 사건)에서 다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의 소수 요소들이 침해되었다고 제소된 경우 제품 전체에 대해 실시료를 산정하는 것은 특허권자가 당해 제품의 침해되지 아니하는 부품에까지 부당하게 배상받게 하는 위험이 수반되므로, 최소 판매 가능한 특허실행의 단위에 기초하여 실시료를 산정하여야 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특허를 받은 부분의 특성이 다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의 수요를 견인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는 전시장가치법에 따라 실시료를 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⑦ 미국에서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산정 대상을 제품 전체가 아닌, 선행기술과 차이 나는 특허발명의 경제적 가치만을 대상으로 하여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국 특허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반대에 부딪혀 개정이 결국 무산되었다.
⑧ 한편, 외국법원의 부당한 재판이나 판결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구 민사소송법(2014. 5. 20. 법률 제125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17조 1항 3호에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은 그 초과범위 내에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우리나라에서 2013. 11. 8. 발의되었다.
⑨ 위와 같은 개정안에 대하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 과도한 배상판결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이나, 우리나라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실제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한 배상을 명한 외국법원의 판결을 그 초과범위에서 무조건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밝혔다.
⑩ 이에 따라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과 소송비용이 과다한 경우에 대한 승인 거부와 관련하여 법체계상 혼란이 없고 법원의 해석에 따라 구체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별도의 조항으로 수정하여 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2014. 4. 28. 발의되었고, 수정안에 따라 2014. 5. 20. 법률 제12587호로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법원은 손해배상에 관한 확정재판 등이 대한민국의 법률 또는 대한민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에는 해당 확정재판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할 수 없고(217조의2 제1항), 법원은 제1항의 요건을 심리할 때에는 외국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변호사보수를 비롯한 소송과 관련된 비용과 경비가 포함되는지와 그 범위를 고려하여야 하는 규정(217조의2 제2항)이 신설되었다.
(나)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실질이 민법 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로서 민법 763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민법 393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이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로 인한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며,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그리고 특허법 128조는 특허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 그 손해액에 관한 특허권자의 입증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으로서, ① 당해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를 하게 한 물건을 양도한 때에는 그 물건의 양도수량에 특허권자가 당해 침해행위가 없었다면 판매할 수 있었던 물건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할 수 있고, 이 경우 손해액은 특허권자가 생산할 수 있었던 물건의 수량에서 실제 판매한 물건의 수량을 뺀 수량에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하며, 특허권자가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때에는 당해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에 따른 금액을 빼야 하고(128조 1항), ②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특허권자가 받은 손해의 액으로 추정하며(128조 2항), ③ 특허권자는 그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특허권자가 받은 손해의 액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128조 3항), 특허권자는 특허법 128조의 각항에 규정되어 있는 각각의 손해액 산정방식을 선택적 또는 중첩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한편 미국 특허법 284조는 법원이 특허침해를 확정하고, 손해의 배상을 명함에 있어 손해배상액은 법원에 의해 결정된 이자 및 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그 특허침해를 보상하기에 적정한 금액이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침해자가 만일 라이선스를 받았다면 부담하였어야 할 합리적인 로열티(reasonable royalty)보다는 작을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특허법과 민법은 실제로 발생한 손해를 원상회복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미국 특허법 284조도 마찬가지로 전보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미국 특허법 284조는 예외적으로 고의침해(willful
infringement)의 경우에는 가중적인 손해배상(enhanced damages)이 가능하도록 하여 3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전보적 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는 각국의 법제도의 문제로서 외국판결에 적용된 외국법이 우리나라의 실정법에 위반된다거나 동종 사건에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단과 결론을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승인거부의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고, 해당 외국판결을 인정할 경우 그 구체적인 결과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때에 한하여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단지 외국판결이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였더라면 인용하였을 것보다 큰 금액의 손해배상을 명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외국판결의 집행이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앞서 본 전제사실과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미국 제1심판결은 감정인 Ugone의 의견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한 미국 배심원 평결에 기초하여 선고되었고 미국 제2심판결은 손해배상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Ugone은 Rinke와 달리 원고의 추정 판매손실물량을 피고의 대상제품 판매량 중 약 95%인 7,342대로, 원고의 영업이익률을 41.8%에서 60.9% 사이로, 합리적 실시료를 대당 650달러에서 925달러 사이로 각각 산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원고의 매출감소로 인한 일실이익과 합리적 실시료 상당의 손해액을 산정하였고, 원고 제품의 평균 내구연한(6년) 이내의 보수, 교환·대체부품 판매 등으로 인한 부수적 매출액을 산정한 후 여기에 영업이익률을 적용하여 부수적 매출에 관한 일실이익을 산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의 주장과 같이 미국 제1, 2심법원이 원고 측 감정인 Ugone이 제시한 추정 판매손실물량, 원고의 영업이익률, 합리적 실시료 등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미국 특허법 284조가 법원이 손해액을 결정함에 있어 전문가 증인의 증언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이상 결국 일실이익액 등의 산정은 주된 증거인 원고 측 또는 피고 측의 전문가 증인의 의견 중 하나를 채택하는 증거취사의 문제로서 미국 제1, 2심법원의 결정과 달리 피고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피고 측 전문가 증인이 제시한 일실이익 등을 채택하거나, 일실이익 등을 새로 산정하는 것은 실질재심사금지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실질이 민법 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이고, 특허법 128조는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 그 손해액에 관한 특허권자의 입증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이므로 특허권자로서는 특허법 128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외에 특허권 침해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특별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 또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을 실시한 제품 그 자체뿐 아니라 그와 밀접하게 연관된 제품의 판매도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인정할 수 있다는 미국의 전파적 판매(convoyed sales) 이론에 따를 경우에도 원고로서는 부수적 매출감소에 따른 일실이익 역시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 더욱이 이를 위하여 부수적 매출감소량 산정의 기초가 된 원고 제품의 내구연한 등에 관한 심리와 판단을 하는 것은 실질재심사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특허법 128조 1항 단서는 특허권자가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수량에 따른 금액을 손해배상액에서 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128조 1항 본문에 따른 손해액에 대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증명책임은 침해자에게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앞서 본 일실이익 산정과 관련하여 Panduit 기준상 비침해대체품(특허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수용가능한 대체재)의 부존재의 요건이 특허법 128조 1항 단서의 침해행위 외에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과 관련되는 것으로 고려할 여지가 있으나 더 나아가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거나 공제하는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없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에 따른 금액의 공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의 존재 여부, 그로 인하여 원고가 판매할 수 없었던 제품의 수량과 가액 등이 심리되어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심리를 하게 된다면 우리 법원이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나라 특허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손해액을 새로 산정하는 결과가 되어 실질재심사금지 원칙에 반하게 된다.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Ugone은 원고의 추정 판매손실물량에 원고가 판매할 수 있었던 제품의 평균판매가 전체를 곱한 후 여기에 원고의 영업이익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원고의 매출감소로 인한 일실이익을 산정함으로써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 전시장가치법을 적용한 의견을 제시하였고, 배심원 평결과 미국 제1, 2심판결이 Ugone이 제시한 의견을 받아들여 원고 제품의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그런데 비록 미국 법원이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전시장가치법의 적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Laserdynamics, Inc.
v. Quanta Computer, Inc. 사건을 비롯하여 미국연방순회항소법원이 전시장가치에 기초한 손해액 산정이 부당하다고 본 사건들은 전시장가치법에 의한 손해배상액 산정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가치법이 일정한 제한된 요건 아래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특허법 체계 하에서도 물건의 일부에만 관련된 특허가 침해된 경우에 침해된 특허기술의 실시가 제품 구입의 결정적 동기가 된 경우에는 해당 특허의 기여율이 100%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데, 이는 특허를 받은 부분의 특성이 소비자의 수요의 기초를 구성하는 경우 제품 전체의 가치에 기초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전시장가치법과 비교할 때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의 주장과 같이 미국 제1, 2심판결이 전시장가치법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한 것이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미국 소송 제1, 2심 재판과정에서 피고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제공받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 피고는 미국 소송 1, 2심 재판과정에서 전시장가치법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또 피고는 미국 제1, 2심판결이 전시장가치법과 관련하여 원고 특허의 원고의 제품에 대한 기여율을 산정한 후 그에 기초하여 손해액을 재산정하여야 하고, 미국의 판례들이 전시장가치법의 적용 요건으로 특허를 받은 부분의 특성이 다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의 수요를 견인한다는 사실의 고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추세임에도 미국 제1, 2심판결은 이 사실에 관하여 전혀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전시장가치법을 적용하였다고 주장하나, 기여율의 산정과 이에 따른 손해액의 재산정은 새로운 사실 인정에 해당하고, 미국의 판례가 설정한 요건의 충족 여부 판단은 외국판결이 외국의 실체법 및 절차법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지를 우리 법원이 판단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모두 실질재심사금지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특허침해의 경우 특허발명을 위한 비용을 투자하지 아니하고 특허권자에게 실시료도 지불하지 아니한 침해행위자로서는 일반적으로 특허권자에 비하여 저렴한 가격에 침해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특허권자의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 침해행위자의 판매가격이 아닌 그보다 고가인 특허권자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특허권자의 일실이익이 침해행위자의 매출액을 초과할 수도 있다. 더욱이 특허권자는 특허법 128조의 각항에 규정되어 있는 각각의 손해액 산정방식을 선택적 또는 중첩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특허법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특허법 128조 1항에 따라 피고의 침해행위가 없었다면 판매할 수 있었던 물건의 가액에 영업이익률을 곱한 금액을 일실이익액으로 주장하는 경우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특허법 128조 2항에 따라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고가 얻은 이익의 액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질 수도 없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7다12975 판결 참조). 그러므로 미국 제1, 2심판결에서 피고의 매출액 또는 이익을 초과하는 액수가 원고의 손해액으로 산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특허권자의 일실이익이 공평의 이념에 반할 정도로 과다하게 산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배심원의 평결도 피고가 원고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평결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 제1, 2심판결은 원고의 손해를 일실이익(부수적 매출에 관한 일실이익 포함)과 합리적 실시료로 나누어 산정하였다. 그러므로 미국 제1, 2심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원고의 손해액은 모두 전보적 손해배상액에 해당하고, 달리 우리 민사법 체계상 수용되기 어려운 징벌적 손해배상 또는 3배배상에 해당하거나 제재적 성격의 손해액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2014. 5. 20. 법률 제12587호로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민사소송법 217조의2의 입법취지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닌 전보적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손해액이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판결을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미국 제1, 2심판결이 인정한 원고의 손해액이 전보배상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기 어렵고, 미국 제1, 2심판결이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사용한 방식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에 기초하여 내려진 미국 제1, 2심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4)
내국관련성만을 이유로 외국판결 승인을 제한할 수 있는지
앞서 본 대로 외국판결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외국판결의 승인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외국판결이 다룬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외국판결의 승인이 공서양속 및 우리나라의 법률 또는 국제조약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앞서 본 전제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은 우리나라 법인인 피고가 미국 법인인 원고가 미국 특허청에 특허 등록한 원고의 특허권을 침해한 피고 제품을 생산하여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사안으로서, 불법행위지와 결과발생지가 모두 미국이고, 특허권의 유효 여부 등도 미국 특허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데 단지 한쪽 당사자인 피고가 우리나라 법인일 뿐이므로, 그 분쟁의 경위가 우리나라와 관련성이 매우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미국 제1, 2심판결이 인정한 원고의 손해액이 전보배상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기 어렵고, 미국 제1, 2심판결이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사용한 방식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에 기초하여 내려진 미국 제1, 2심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피고가 대한민국 법인이고 설령 피고의 주장대로 미국 제1, 2심판결을 승인할 경우 재정상태 악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가 파산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내국관련성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제1, 2심판결의 승인을 제한할 수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미국 제1심판결에 기초하여 미화 12,962,700.47달러(=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미화 11,898,279달러 + 2003. 1. 17.부터 2009. 10. 30.까지의 판결선고 전 이자 미화 977,508달러 + 소송비용 미화 86,913.47달러) 및 판결선고 후 이자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에 대한 미국 제1심판결 등록일 다음날인 2009. 10. 3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0.39%의 비율에 따른 금원의 지급에 관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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