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6. 4.
8. 선고 2015고합373 판결
피고인이 이면계약을 체결하여 허위의 세금계산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여 피해자 대한민국과 정읍시로부터 사업비 명목으로 약 20억 원, 국가보조금 명목으로 약 11억 9,700만 원을 편취한 사안에서, 개인적 이익추구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손실을 초래한 점, 개인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사례입니다.
1. 사실관계
1)
00영농의 감사이자 실질적인 대표자인 오H은 2011. 11. 14.경 정읍시에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현대화 시설공사(이하 ‘이 사건 시설공사’라 한다)’의 사업대상자 지정신청을 하여 2011. 11. 30. 00영농이 사업대상자로, 위 시설공사의 공법(시공)업체 공모절차에 지원한 B연구소는 공법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2012. 10. 10.경 공법업체로 각 선정되었다.
2)
B연구소는 공법업체로 선정된 후 2013. 6. 12. 00영농 산하 00농장과 사이에 이 사건 시설공사를 25억 3,500만 원에 하수급을 주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역할과 책임
① 00농장 대표 최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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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에 따른 정확한 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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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건축물 등의 하자에 대한 하자보수(악취포함) 책임 및 인사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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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금청구에 필요한 제 자료(기성내역서, 사진대지, 경비사용내역서, 안전관리비, 감리조서 등)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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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전 정상가동 후의 확인서[기계설비정상가동 확인서-기계감리, 시운전 일지, 검사성적서(퇴/액비)]등 제공
② B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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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선정을 위해 사전 준비한 설계인자의 설정과 설계 및 감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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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인정 및 선정을 위한 기술의 계획,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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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기관(시청 등)의 원활한 업무수행 및 집행(착공 등 각종 인허가 및 기성금청구등)을 위한 문서관리, 작성업무
2.
B연구소 명의로 납부해야 하는 산재보험료, 고용보험료, 건강보험료, 연금보험료 등 공과금 성격의 비용과 계약이행보증증권, 선급금이행보증증권, 하자보증증권 수수료 등과 기계설비의 설계 및 감리비는 00농장이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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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영농은
2013. 8. 21.경 이 사건 시설공사에 관한 사업계획서, 사업실행계획서, 설계도서, 산출내역서 등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정읍청에 사업비 30억 원(= 국비 12억원 + 도비 3억 원 + 시비 6억 원 + 융자금 9억 원)에 대한 보조금 교부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정읍시는 그 무렵 보조금 교부 결정을 하였다.
4)
정읍시는
2013. 12. 11.경부터
2014. 8. 4.경까지 00영농에게 이 사건 시설공사 관련 사업비 명목으로 총 2,096,458,000원(그 중 국가보조금은 1,197,976,000원)을 지급하였다.
5)
B연구소는
2013. 10. 1.경 00영농과 사이에 이 사건 시설공사를 공사금액 27억원에 공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위 공사는 앞서 체결된 이면계약에 따라 00농장에 의해 대부분 시행되었다.
6)
농림수산식품부의 「2012년 및 2013년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서」는 이 사건 시설공사의 시행과 관련하여 ‘사업주관기관이 사업비 3,000만 원 이상의 사업을 발주하는 경우 보조사업자의 자가시공을 제한하고,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4조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유자격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시공업체와의 계약체결과 관련하여 ‘보조사업자가 공법업체에게 토목·건축 등 공사 전반에 대해 일괄발주를 원칙으로 하고, 공법업체가 공사 중 또는 완공 후 하자 등 문제발생 시 일체의 책임을 지며 보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각 두고 있다.
또한, 「2012년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서」에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현대화 시설공사의 사업비 집행은 융자금, 자기부담금, 보조금의 순서대로 집행된다는 내용도 두고 있는데, 이 사건 시설공사는 그 사업비가 보조금과 융자금으로 구성되고, 00영농이 융자금으로 공사를 착공한 뒤 그 기성고에 따라 집행된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금으로 교부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7)
피고인 진A는 수사기관에서 ‘국가보조금이 지원되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하여 계림농장, 상임농장, 미래농장, 대림농장, 성현농장, 00영농조합법인, 에벤에셀농장의 자기부담금 집행을 가장하여 국가보조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특히 00영농의 경우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자기부담금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협의가 되었고, 이에 따라 2013. 6. 13.부터 2015. 1. 16.까지 00영농으로부터 이 사건 시설공사의 공사대금으로 약 31억 원을 지급받은 뒤 그 중 약 4억 8,000만 원을 다시 00영농의 법인계좌나 그 대표자인 최명길의 계좌로 다시 송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8)
B연구소 직원이자 이 사건 시설공사의 현장관리인이었던 이I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 진A로부터 지시를 받아 2013. 6. 12.경 B연구소와 00농장 사이의 이면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 외부적으로는 B연구소가 직접 시공하는 도급업체이고, 이후 정산서류에도 그렇게 맞추어야 하므로 자신이 오H에게 B연구소에서 거래하던 업체를 소개해 주거나 오H이 요구하는 업체와 계약서를 써주기도 하였다. 인력과 관련하여 00농장에서 그 농장 소속 인력이라는 사실을 외부에 드러낼 수 없어 00농장에서 다른 사람 명의 통장을 만들어 주면, 그 사람들이 실제로 시설공사에 투입된 것처럼 작업일지를 작성해서 B연구소로부터 인건비가 집행되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9)
이I은 또한 이 법정에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 공사의 자금 관련된 부분은 회사 내부에서 따로 결재를 받는 것이어서 잘 알지 못하지만, 피고인 진A가 최종결재권자이다’라고 진술하였는데, B연구소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성탄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시설 공사와 관련하여 ‘거래업체들에 대한 대금 결제는 모두 피고인 진A의 결제를 받아 송금해 주는 등 수입지출에 대해 피고인 진A의 결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관련 법리
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7471
판결 등 참조).
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의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는 법에 의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뜻한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4257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4378 판결 참조).
3. 법원의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진A는 오H과 공모하여 오H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줌으로써 오H으로 하여금 정읍시에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보조금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하도록 하였고, 이와 동시에 거짓 신청 또는 그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1)
이I은 00영농이 정읍시로부터 보조금교부결정을 받기 전에 피고인 진A의 지시에 따라 B연구소가 00농장에 이 사건 시설공사를 하도급주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피고인 진A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공사 사업을 여러 차례 수행하면서 공법업체가 위 사업의 토목 ·건축 등 공사 전반에 대해 일괄발주를 받는 것이 원칙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법업체가 하도급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00농장과 이면계약을 체결하여 00농장으로 하여금 이 사건 시설공사의 대부분을 시공하게 함으로써 B연구소는 그 중간에서 약 1억 5,000만 원 상당의 이윤을 남기게 하였다.
이 경우 B연구소가 자신의 이윤을 챙기면서 00영농의 자기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이 사건 시설공사의 자기부담금 집행금액을 부풀려서 정읍시에 청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고, 피고인 진A도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시설공사를 진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게다가 B연구소가 00영농으로부터 위 시설공사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받고 그 중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서 경리담당자인 이00이 위 사실을 자금집행의 최종결재권자인 진A에게 보고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고인 진A로서는 00농장에게 이 사건 시설공사를 하도급 준 무렵 오H에게 B연구소가 실제 공사에 투입된 비용보다 더 부불려진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교부하고, 오H이 이러한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정읍시에 보조금 교부신청을 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2)
보조사업자가 타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자기부담금을 부담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이 사건과 같이 금융기관 등을 통해 융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러나 00영농이 B연구소와 결탁하여 자기부담금(융자금)을 부풀려 집행하고 부풀려 집행한 사업비를 근거로 보조금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보조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자기부담금(융자금)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보조금 사업의 건전성과 국가재정의 적정한 집행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서 타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실제로 자기부담금을 부담하는 것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3)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공사 사업을 여러 차례 수행한 피고인 진A로서는 오H이 이 사건 시설공사의 자기부담금(융자금)을 우선적으로 집행하여야만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진A는 이 사건 시설공사를 진행하면서 00영농의 자기부담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위 법인으로부터 집행된 사업비를 지급받아 해당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준 뒤 지급받은 사업비 중 일부를 다시 00영농에 되돌려주었다. 이는 오H과 공모하여 마치 오H이 자기부담금을 부담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든 것이어서 피해자 대한민국 및 피해자 정읍시에 대한 기망행위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의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자기부담금이 수반되는 보조사업의 경우에는 자기부담금이 실제로 집행되는지 여부가 보조금 교부 결정 및 집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담당공무원으로서는 B연구소가 00농장과 이 사건 시설공사에 관한 이면계약을 체결한 사실이나 오H이 B연구소가 발행한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하여 보조금 교부를 신청한 사실을 알았다면, 관계 법령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시설공사를 담당한 정읍시청 공무원 고유화는 수사기관에서 ‘공법업체가 아닌 다른 사업자가 시공하게 되면, 공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공사 중단을 명령하고, 보조금이 지급되었을 경우에는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하고 보조금 반환명령을 한다’고 진술하였다.
5)
즉 피고인 진A는 오H과 사이에 이 사건 시설공사에 있어서 오H의 자기부담금 부담을 줄인다는 부분에 관하여 공동 가공의 의사가 있었고, 실제로 그의 지시에 따라 오H이 요구하는 대로 세금계산서나 정산서류 등을 작성하여 오H에게 교부한 행위만으로 오 의 전체 범행에 대한 기능적 H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피고인 진A가 오H이 구체적으로 특정 하수급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피고인 진A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고 오H에 의하여 실행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위반죄 및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범으로서 죄책을 진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사업의 공법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실제 직원이 아닌 기술자들의 자격증 등을 빌려 이들을 근무자로 고용한 것처럼 허위로 가장한 점, 000영농조합의 설치사업에 있어서 공법업체로 선정되었음에도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00이엔지에 일괄 하도급을 준 점, 특히 00영농의 설치사업 경우에는 공법업체로 선정되었음에도 시공자격이 없는 00농장과 이면계약을 체결하여 공법업체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한 채 이윤만을 도모하였고, 이에 더하여 오H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 및 정산자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국가보조금까지 편취한 점, 이러한 각 사기 범행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사업비 일부가 지원되는 보조금 사업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자신의 이윤추구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손실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큰 중대한 범죄인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중하여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르면서 개인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공판과정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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