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 2018. 10.
18. 선고 2017나23739 판결
가해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잘못이 손해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그 과실을 참작하였지만, 피해자의 위와 같은 잘못이 사회통념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에서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를 넘어 불법행위의 가해자에게 요구되는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피해자에게 이러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한다는 가해자들의 주장을 배척한 사례입니다.
1. 사실관계
가. 당사자 등의
지위
1)
원고는 해양건설과 해양환경 정비사업, 수중공사업, 선박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선박 ☆☆호(선박번호 : PHB-******, 선종 : 부선, 총 톤수 : ***톤, 선적항 : **시, 이하 ‘이 사건 바지선’이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E는 배우자인 B를 원고의 대표이사로, 자신을 사내이사로 등기한 후 원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2)
피고 C는 ○○
○○군에 있는 △△해수욕장 인근 공유수면에서 정치망 어장(이하 ‘이 사건 어장’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3)
피고 D는 선박 제☆☆☆☆호(선종 : 예인선, 총 톤수 : **톤, 선적항 : **시, 이하 ‘이 사건 예인선’이라 한다)의 선장으로, 이 사건 예인선을 이용하여 부선을 예인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1)
피고 C는 이 사건 어장에 부표를 고정시키기 위한 모래포대를 투하하는 작업을 하기 위하여 2015. 9. 3.경 원고로부터 10,500,000원에 선두 F(바지선 관리 및 작업 보조 담당)가 승선하는 이 사건 바지선을 빌리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용선계약’이라 한다)하였다.
2)
피고 D는 2015. 9. 3. 21:00경 위 모래포대 투하작업을 위해 이 사건 예인선으로 이 사건 바지선을 예인하여 출항하였고, 다음 날 06:00경 △△해수욕장 인근 해상에 도착하여 이 사건 예인선과 바지선을 접안시켰다.
3)
피고 D는 2015. 9. 4. 09:00경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이 사건 바지선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
○○군 ○○면 ○○리에 있는 G공원 인근 공유수면에 적재된 약 1.5톤짜리 모래포대 180자루를 위 바지선에 적재한 후 바지선을 예인하여 이 사건 어장에 그 중 약 100개를 투하하였고, 작업 종료 후 이 사건 어장 인근 해상에 이 사건 바지선을 투묘하고, 이 사건 예인선도 위 바지선에 계류하여 해상에서 대기하였다.
4)
피고 D는 2015. 9. 5. 07:00경부터 이 사건 바지선에 적재된 모래포대를 이 사건 어장에 투하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같은 날 11:00경부터 기상악화로 인하여 크레인 기사가 정확한 지점에 모래포대를 투하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자, E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예인선을 이용한 작업의 중단을 요청하였다. 이에 E는 대체 예인선을 구해주면 이 사건 예인선은 작업에서 빠져도 좋다고 말하였다.
5)
피고 D는 2015. 9. 5. 17:00경 모래주머니 투하작업을 마치고 같은 날 17:30경 이 사건 바지선을 예인하여 △△해수욕장 해안가에서 약 1마일 떨어진 곳에 투묘하기 위해 준비하였는데, 위 바지선에 승선하고 있던 피고 C가 “내일 아침 일찍부터 작업을 하려면 이 사건 바지선에 모래포대를 더 적재해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에 피고 D는 다시 이 사건 바지선을 예인하여 G공원 인근 해안가로 가 2015. 9. 5. 20:00경까지 모래포대 약 200자루를 더 적재하였다.
6)
피고 D는 2015. 9. 5. 20:30경 G공원 인근 해안가에 이 사건 바지선을 투묘하였고, 이 사건 예인선은 위 바지선에 계류하여 대기하였는데, 같은 날 23:00경 파고가 높아지면서 이 사건 예인선의 기관실이 침수되기 시작하여 다음 날인 같은 달 6. 02:00경 이 사건 바지선도 해안가로 밀려 침수 및 좌주(물이 얕은 곳의 바닥이나 모래가 많이 쌓인 곳에 배가 걸림)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7)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육지와 인접한 수심이 비교적 얕은 해안가로, 갯바위 및 수중 암초가 산재해 있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장소에는 해안가로 너울성 파도가 밀려왔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며, 파고가 2~3m 정도였다.
다. 이 사건 사고 후의 조치 등
1)
E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2015. 9. 6. 04:00경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 모래포대가 적재되어 있던 이 사건 바지선 안으로 파도가 밀려들고 있었고, 기상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접근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E는 일출 후 와이어로프를 구해 이 사건 바지선을 고정하는 보강작업을 하였다.
2)
원고는 주식회사 H 및 주식회사 I와 계약을 체결하여, 기름 유출과 이 사건 바지선의 상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 안전조치를 취하였다.
3)
원고는
2015. 9. 30. 구난업체인 J와 이 사건 바지선에 관한 구조 및 인양 계약을 체결하여, 같은 해 10. 30.까지 이 사건 바지선의 구조 및 인양 작업을 완료하였다.
4)
원고는 선박수리업체에 이 사건 바지선의 수리를 의뢰하였는데, 2018. 7. 18.경까지 위 바지선이 완전하게 수리 또는 복구되지 않았다.
5)
피고 C는 원고에게 이 사건 바지선의 사용료 10,500,000원을 지급한 이후 이 사건 사고일인 2015. 9. 6.부터 위 바지선을 사용하지 못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모래포대 유실에 따른 손해배상채권과의 상계 주장
(1)
피고 C는, “원고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이 사건 바지선에 적재된 20,000,000원 상당의 모래포대 약 200자루가 유실되었으므로, 원고에 대한 위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한다.”
고 주장한다.
(2)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이란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까지를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임에 반하여,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가해자의 과실이란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을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99다33397 판결 등 참조).
(3)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앞에서 이 사건 사고에 따른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 범위를 정함에 있어 원고의 잘못이 손해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그 과실을 참작하였다. 그러나 더 나아가 원고의 위와 같은 잘못이 사회통념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에서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를 넘어 피고 C가 위에서 주장하는 손해를 발생하게 할 정도, 즉 불법행위의 가해자에게 요구되는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원고에게 이러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서 있는 피고 C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예인선 인양비 및 예인선 폐선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의 상계 주장
(1)
피고 D는, “원고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피고 D의 이 사건 예인선이 침몰하고 폐선하게 되어 예인선 인양비로 14,000,000원, 예인선 폐선으로 30,000,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원고에 대한 위 각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그 손해배상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된 원고의 과실이 사회통념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에서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를 넘어 불법행위의 가해자에게 요구되는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피고 D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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