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정법원 2018. 7.
31. 선고 2017드단2138598 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와 피고는 1986. 10.경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하다가 1988. 5. 7. 결혼식을 한 후 1988. 5. 14. 혼인신고를 하였다. 원고와 피고의 자녀로 미혼인 A, B가 있다.
(2)
원고는 ◯◯공사에 근무하며 피고와 부산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였으나, 음악을 전공한 피고가 1997. 6.경부터 거제시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함에 따라 그때부터 주말부부로 지냈다.
(3)
원고는 피고가 수입보다 지출이 많고 카드론 등을 통해 대출을 쉽게 받는 등 경제관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피고에게 정확한 수입을 알려주지 않은 채 생활비가 아닌 성과급 등이 나올 경우 일부 돈을 지급해왔다. 이에 피고는 원고를 대신하여 음악학원을 운영하며 버는 수입(평균 500만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수입이 줄고 있음)으로 음악을 전공한 자녀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대출금까지 변제하느라 힘들게 지냈다. 피고는 이러한 노고를 인정해 주지 않고 수입을 전적으로 관리하며 금전적 도움을 주지 않는 원고에게 불만이 많았다.
(4)
한편 원고는 피고와 다툼이 발생할 경우 대화를 거부하며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한 반면, 감정적인 성격의 피고는 자리를 피하는 원고를 붙잡고 끝까지 대화를 시도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화를 참지 못하고 원고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5)
이렇듯 원고와 피고는 혼인기간 중 경제관념의 차이 및 자녀양육에 따른 생활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문제, 피고의 언행 등을 이유로 다툼이 많았는데, 특히 2015. 12. 22.경 제사에서 시댁 식구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피고는 그 무렵부터 연락없이 주말에도 부산 집에 가지 않으며 원고와 소원하게 지내고 있다.
(6)
그런데 피고의 음악학원을 돕던 작은 딸이 부산에서 음악학원을 개원할 생각으로 원고와 함께 부동산을 알아보자, 피고는 여태껏 고생하며 키운 딸이 피고와 상의없이 원고 편을 든다는 생각에 2017. 11. 26.경 부산 집을 찾아가 서로 다툼을 벌었다.
(7)
원고는 혼인기간 중 피고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체면을 생각하며 이혼에 대한 생각을 접고 있었는데, 피고가 원고의 친구 부인에게 부부관계와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을 듣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2017. 12. 20. 이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8)
한편 피고는 2017. 11.경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껏 자녀만 바라보며 고생한 만큼 적절한 재산분할을 받아야 한다며 2017. 11. 12.경부터 2017. 12. 3.경까지 원고에게 원색적인 비난과 폭언에 가까운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급기야 피고는 2018. 1. 20.경 부산 집에서 유서형식의 메모를 작성하고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후 쓰러졌고, 이를 발견한 딸의 전화를 받은 원고가 119구급대와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은 약에 취해 흥분상태에 있던 피고를 설득하여 병원에
데려 가기도 하였다.
(9)
다만 피고는 이 법원의 가사조사에서 화가 났을 때 원고에게 욕을 한 부분은 인정하며 그 부분은 고칠 생각이 있고, 마음이 넓은 원고가 좋고 딸들도 시집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2. 법원의 판단
혼인은 서로 다른 인격체가 애정과 신뢰에 기초하여 하나의 공동생활체를 이루는 결합조직으로서,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의 동거 및 협조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부부는 동고동락하면서 정신적·육체적·경제적인 각 방면에서 서로 협조하여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단점이나 결함이 없는 인격체는 극히 드문 만큼 혼인생활 도중에 배우자의 일방 또는 쌍방의 인격적인 약점이 드러남으로써 상호간에 갈등과 불화가 일어 원만한 혼인생활에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예상되는 일이므로 혼인관계에 있어 부부가 협조하여 그와 같은 장애를 극복하는 일은 위와 같은 부부간의 협조의무에서 우러나는 보편적 과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혼인생활에 그러한 장애가 발생하였다면 배우자 쌍방은 부부라는 공동생활체로서의 결합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각자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이해, 자제 및 설득을 통하여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공동의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의 성격적 결함이나 비판받을 행동으로 인하여 혼인의 안녕을 해하는 갈등이나 불화가 일어났다 하여도, 단편적인 어느 한, 두개의 행위로 인해 당장 혼인관계가 회복하지 못할 파탄상태에 빠진 것이 아닌 이상, 그와 같은 갈등과 불화를 치유하여 원만한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는 배우자 쌍방에게 있다(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8므1475 판결 등 참조).
피고는 감정적인 사람으로 화가 나면 감정이 통제되지 않은 채 원고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공격적이고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해왔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등 원·피고의 갈등 양상과 지속기간에 비추어 볼 때 재결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한편 피고는 혼인관계 회복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점, 피고는 여전히 원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원고에 대해 욕설과 폭언을 한 부분을 인정하며 그 부분을 고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는 점, 원고는 혼인기간 중 발생하는 갈등상황에서 이를 회피하고 피고와의 대화를 단절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취해왔는데, 이러한 원고의 성격 내지 태도가 감정적인 피고로 하여금 그 대응수위를 점점 더 높여가며 원고를 몰아세우고 비난하는 식으로 작용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이는 점, 게다가 원고가 피고의 경제적 관념을 탓하며 자신의 수입을 알리지 않은 채 피고에게 일정한 생활비조차 지급하지 않았는데, 피고가 이런 원고를 대신해 홀로 음악학원을 운영하며 음악을 전공한 두 딸의 교육과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치와 낭비 등을 하였다고는 보이지는 않는 점, 아직 미혼인 두 딸은 피고의 입장을 지지하며 원고와 피고의 재결합을 원하고 있는바, 원고와 피고가 대화와 소통을 통하여 지금의 갈등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애정과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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