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8. 7.
12. 선고 2017구합7171 판결
원고의 모회사와 피고측이 체결한 이 사건 협약은 원고와 피고측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말하는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은 ‘부담금 부과’라는 용어에도 불구하고 피고 측이 협약의 한쪽 당사자로서 원고와 대등한 지위에서 위 협약 내용에 따른 이행을 구한 것일 뿐 피고가 우월한 지위에서 행한 공법상 행위가 아니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건입니다.
1. 원고의 주장
가. 피고 측은 2010. 7. 28.부터 2017. 7. 13.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를 적시하지 않은채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하여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을 부과하여 왔다. 원고가 그 법적 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함에 따라 피고는 2017. 10. 17. 원고에게 2017년 3분기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로 하수도법 제65조를 적시하였으나,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을 하수도법 제65조에서 말하는 ‘사용료’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사용료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부과 요건이나 절차를 전혀 갖추지 못하였다.
오히려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은 그 법적 성격이 하수도법 제61조에서 말하는 원인자부담금에 가까우나, 이 역시 그 부과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은 하수도법 등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
나. 또한, 피고는 이 사건 협약이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협약은 공권력을 발동하여 행하는 일방적 행위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는데다가, 이 사건 협약에 따르더라도 탈수케이크 등의 처리비용인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은 피고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공요금의 형식으로 원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이 사건 협약에 따른 피고의 책임을 잠탈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2. 법원의 판단
가. 피고는, 원고가 그 무효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이 아니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나.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고, 행정청이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하는 이른바 공법상의 계약 내지 사경제적 지위에서의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할 것이다.
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36호증, 을 제24 내지 3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협약은 원고와 피고 측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말하는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은 ‘부담금부과’라는 용어에도 불구하고 피고 측이 협약의 한쪽 당사자로서 원고와 대등한 지위에서 위 협약 내용에 따른 이행을 구한 것일 뿐 피고가 우월한 지위에서 행한 공법상 행위가 아니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① 원고도 ‘이 사건 협약이 공법상 계약에 불과하므로 행정처분인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협약이 공법상 계약임을 자인하고 있다.
② 원고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 원고와 피고 측은 상호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던 것이고, 달리 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의 체결이 강제되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 원고와 피고 측 관련 부서 직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이 사건 협약에 명시된 사항들의 상세 내용을 결정한 점, ⓒ 이 사건 협약에는 원고에 대한 음식물쓰레기의 안정적 공급,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의 조정 등 상호 수익을 맞추기 위한 가격 재협상, 상호 협의에 의한 계약연장, 상대방의 협약위반에 해제권 보유에 관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고, 특별히 고권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과 그 밖에 이 사건 협약의 체결 경위나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협약은 공법상 계약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③ 원고는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이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별도의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 이 사건 협약 부속서3에 ‘피고는 하수와 탈수케이크 처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위 조항 바로 다음에 ‘원고의 시설 및 설비 운영을 위하여 사용한 공공요금(전기료, 상ㆍ하수도료, 하수합병부담금 등)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탈수케이크의 처리와 그 처리비용의 부담은 별개의 사안이므로 이 사건 협약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탈수케이크 등의 처리비용인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의 부담주체는 원고라고 보이는 점, ⓑ 이 사건 협약 체결 당시 하수처리시설에 하수 외에 음식물쓰레기까지 투입됨에 따라 탈수케이크 등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었고, 원고와 피고 측은 협의를 통하여 그 처리비용의 부담주체를 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기존시설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1톤당 발생하는 탈수케이크의 양을 기초로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을 산정하여 왔는데, 원고는 위 시설의 관리ㆍ운영 업무를 위탁받으면서 이를 자신이 부담하기로 하였고, 위와 같은 산정방식이 이 사건 신규시설의 하수병합처리부담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하수병합처리부담금 부과처분’은 피고 측이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이미 발생한 원고의 의무에 대하여 그 이행을 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④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은 음식물쓰레기를 하수처리시설에서 하수슬러지와 병합하여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에 따라 기본적으로 ‘하수’의 처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 하수도법 제61조의 원인자부담금이나 제65조의 사용료에는 포섭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점, 피고는 원고에게 2010. 7. 28.부터 2017. 7. 13.까지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하여 하수병합처리부담금에 대한 부과 및 납입 고지를 하여왔음에도 원고는 약 7년 동안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납부하여 온 점 등을 보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협약이 아닌 별도의 법령에 근거하여 일방적으로 원고에게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을 부담시켜 왔다고 볼 수 없다.
⑤ 피고 측이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하여 하수병합처리부담금에 대한 부과 및 납입고지를 하여오다가, 원고가 2017. 6.경에 이르러 그 법적 근거를 밝히라고 하자 피고측이 뒤늦게 하수도법 제65조를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거나 원고가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는 경우 지방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하겠다고 고지하였다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후적인 사정만으로 , 이 사건 협약과 그에 따른 하수병합처리부담금의 법적 성격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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